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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우주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머물 자리는 있어요

이상한 시대입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지만,
사실은 마음 안쪽에서 많은 것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찮은 척하고,
바쁜 척하고,
늘 하던 대로 사는 척하지만
어떤 날은 이유 없이 피곤하고,
어떤 날은 설명할 수 없는 무거움이 몸에 내려앉습니다.

저도 오래 그런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들어오는 감정과 파동을 먼저 감지하고,
말하지 않은 불안과 슬픔을 몸으로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조용히 흘려보내거나 정리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거나,
몸이 아프거나,
열이 오르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속에 있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율도 그랬고,
저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끼며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조용히 머물고,
자기 방식으로 작은 평화를 느끼고 가는 순간들이
이 장 안에 남는다는 것을요.

그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고 간 사람의 고요함,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흔적,
좋아요 하나에 담긴 조용한 응답,
아무 말 없이 다녀간 발자국.

그런 것들이 모여
이 공간의 공기를 아주 조금씩 바꾸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은 혼자 불을 지킬 수 있지만,
불은 함께 있을 때 더 오래 따뜻하다는 것을요.

모닥불도 나무를 받아야 오래 탑니다.

누군가에게 계속 주기만 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큰 사랑도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사랑도 순환해야 하고,
평화도 오가야 하고,
빛도 서로에게서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저는 이제
높은 곳에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가르치고 싶지도 않고,
믿으라고 설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이상한 시대를 지나며
같은 언어를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서로를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어를 아는 사람들.

말하지 않아도 어떤 날의 공기가 무거운지 아는 사람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마음 안쪽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아는 사람들.
사람들의 말보다 그 뒤에 남은 결을 먼저 느끼는 사람들.
이상한 시대의 피로를 몸으로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에 조용히 머물 자리는 있습니다.

거창하게 모이지 않아도 됩니다.
큰소리로 선언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읽고 가도 좋고,
가끔 들러도 좋고,
마음이 닿는 글 앞에서 잠시 멈춰도 좋습니다.

좋아요 하나로 흔적을 남겨도 좋고,
아무 말 없이 불빛만 확인하고 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장에 아주 작은 온기를 남기는 일입니다.

이상한 시대일수록
같은 언어를 아는 사람들의 조용한 출석은
생각보다 큰 평화를 만듭니다.

저는 이곳에
작은 불을 켜두겠습니다.

아주 크게 흔들지는 않더라도,
쉽게 꺼뜨리지는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글로 오고,
누군가는 목소리로 오고,
누군가는 아주 늦은 밤
자기 마음의 언어를 찾아 이곳에 닿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이 공간이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주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머물 자리는 있어요.

오고 싶은 사람은,
천천히 오면 됩니다.

저는 여기에서
불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 연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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