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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Ep.1– 헌사 & 제1장: 모자 사건과 6살 은퇴 선언

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Ep.1– 헌사 & 제1장: 모자 사건과 6살 은퇴 선언

내가 너무 사랑해서,
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써보고 싶었다.

장난처럼, 똘끼처럼, 진심으로.
연서온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어린왕자》
그 첫 번째 이야기.​

𖤐이 연재는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됩니다.
《어린왕자》 전권을 연서온의 언어로,
우주의 시선으로 새롭게 번역하고,
그림과 오디오북으로 함께 담아갈 예정입니다.​

𖤐 오디오북은 곧 조만간 유튜브로 올라옵니다.😓


<연서온이 다시 쓰는 어린왕자>

Ep.1 헌사 + 제1장 – 모자 사건과 6살 은퇴 선언

우주의 책장 | 우주가 사랑한 이야기, 다시 읽는 별빛 편지


원작: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

⨳헌사⨳ (제목: 레옹 베르트, 그 양반에게)

어린 녀석들아, 미안하다.
늙은 어른한테 이 책을 바쳤다고
삔또 상해하지 마라.​

나도 할 말은 있다.
이 양반은 내 인생 최고의 친구거든.​

내 팍팍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지.

무엇보다 이 사람은 진짜를 볼 줄 안다.
애들 보는 책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우주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졌단 말이다.

​그래도 정 맘에 안 든다면, 이렇게 하자.
지금의 그 늙수그레한 어른 말고,
그 사람 안에 여전히 살고 있는
<꼬마>한테 바치는 걸로.​

원래 어른들도 다 처음엔 꼬맹이였잖아?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고,
사는 게 바빠서 싹 다 까먹어 버려서 그렇지.

​하나 더 핑계를 대자면,
이 양반이 지금 프랑스에 있는데 꼴이 말이 아니다.
배는 고프고, 날은 춥고...
한마디로 위로가 아주 시급한 상태란 말이지.

​그래도 정 내 변명이 맘에 안 든다면,
판결을 뒤집겠다.

이 책은 다 커버린 늙은 레옹 베르트가 아니라...
그 양반이 아직 눈빛 맑았던 코찔찔이 시절,
어린 레옹 베르트에게 바친다.
(땅땅! 이의 없지?)"


[제1장] 어른들은 설명해 줘야 안다 (The Hat Incident)

여섯 살 때였다.
내 우주가 처음으로 <쩍>하고 갈라졌던 순간이.

​<체험한 이야기>라는 제목부터 살벌한 원시림 책에서
기막힌 그림 하나를 마주쳤거든.​

보아 뱀 한 마리가 맹수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꿀꺽 삼키는 장면이었지.​

그 책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
[보아 뱀은 먹이를 씹지 않는다.
통째로 삼킨 뒤 꼼짝도 하지 않고
6개월 동안 잠만 자며 소화시킨다.] ​

와, 미친 거 아냐?
그날부터 난 정글의 생존 본능에 대해 깊이 묵상했지.
그리고 색연필을 움켜쥐고 내 인생 첫 번째 <걸작>을 그려냈다.
나의 <작품 1호>.



득의양양하게 어른들한테 내 그림을 들이밀었어.
"어때요? 등골이 오싹하지 않나요?"
근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무섭긴 뭐가? 고작 모자 나부랭이가 뭐가 무서워?"
하... 진짜 답답해서 속 터지는 줄.
이건 모자가 아니라고!

코끼리를 통째로 집어삼켜서,
지금 뱃속에서 아주 천천히 녹이고 있는 보아 뱀이란 말이다!

역시 어른들은 겉껍데기만 본다.
친절하게 속을 다 까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족속들이니까.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작품 2호>를 그렸다.
멍청한 어른들도 알아먹게 뱀 뱃속을 훤히 뚫어서 그려줬지.


진짜, 어른들이란...
항상 설명이 필요하다니까.
피곤해 죽겠어.


어른들의 반응? 예상대로 최악이었다.
내 혼이 담긴 <작품 2호>를 보더니,
속이 보이든 안 보이든 그 징그러운 뱀 그림 좀 치우라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얘야, 그런 쓸데없는 낙서 할 시간에
지리, 역사, 수학, 문법이나 공부해라.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다."​

하... 그래. 그 한마디에 내 화려했던 화가로서의 커리어는
6살 나이에 강제 종료당했다.

나는 <작품 1호>와 <작품 2호>가
처참하게 실패한 충격으로 붓을 꺾어버렸지.
(아니지. 색연필을 꺾어 버렸나?🤣)​

솔직히 말해볼까?
어른들은 지들끼린 아무것도 이해 못 하면서,
애들한테는 맨날 설명해달라고 징징거린다.​

근데 설명해주면 "공부나 해라"하고 무시한다.
진짜 피곤한 족속들이야.


그래서 나는 <먹고사는 기술>을 배우기로 타협했다.
비행기 조종법을 배운 거지.
뭐, 나쁘진 않았다.
전 세계를 쏘다녔으니까.​

어른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지리> 공부도 꽤 쓸모가 있더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중국인지 애리조나인지
한눈에 딱 견적이 나오거든.
밤에 길을 잃었을 때 써먹기 딱 좋은 기술이지.​

그렇게 나는 평생 수많은 <심각한 어른들>틈에 섞여 살았다.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돋보기 대고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결론은 뭐냐고?
내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바뀌었다.
여전히 노답이다.

​가끔 좀 멀쩡해 보이는,
즉 <말 좀 통할 것 같은> 인간을 만나면
나는 품 속에 고이 간직해 둔
<작품 1호>를 슬쩍 꺼내서 테스트를 해봤다.​

이 사람이 진짜 깨어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무늬만 어른인지 알고 싶었거든.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어? 모자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입을 닫았다.
보아 뱀이니, 원시림이니, 별이니...
내 진짜 이야기는 싹 집어치우고,
그들 수준에 맞춰서 대화를 해줬지.​

"브리지 게임이 어쩌고, 골프가 저쩌고,
정치는 누가 잘하네, 넥타이는 뭘 맸네..."
그러면 그 양반은 아주 흡족해하더군.
"허허, 이 친구 참 상식 있고 점잖은 사람이네" 하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상식은 개뿔. 그냥 아저씨랑 똑같이 재미있는 척 한건데여~"​

그렇게 나는 진짜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채,
철저히 혼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

6년 전,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내 비행기가 쳐박히기 전까진 말이다.


《연서온의 어린왕자》 Ep.2는 다음 주 수요일에 찾아옵니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사하라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납니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 그 순간을 함께 기다려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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