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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제10장 : 텅 빈 별의 좋아요 중독자

[제 10장]

​어린왕자가 두 번째로 도착한 별에는
아주 기괴할 정도로 크고 화려한 모자를 쓴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어린왕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마치 알고리즘 터진 유튜버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

❝ 오! 드디어 나의 열성 팬(구독자)이 찾아왔군! ❞

​​

허영쟁이들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를 띄워줄 <트래픽>이거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줄 <좋아요> 버튼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는 다짜고짜 어린왕자에게 이상한 미션을 주었다.

​​

❝ 자, 네 두 손을 마주쳐 봐라! 어서 박수를 쳐! ❞

​어린왕자가 영문도 모른 채 손뼉을 치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무겁고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어린왕자는 처음엔 이 기계적인 리액션이
꽤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5분 동안 계속 박수를 쳤다.

​하지만 칭찬만 먹고사는 이 원시적인 도파민 루프는
금방 지루해졌다.

​​

❝ 모자가 다시 내려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

​어린왕자가 묻자, 허영쟁이는 못 들은 척했다.
허영에 빠진 사람들의 귀는 오직 <칭찬>에만 반응하도록
세팅된 심각한 에러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왕자에게 몸을 들이밀며 다급하게 물었다.

​❝ 너는 정말로 나를 이 별에서 가장 잘생기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부자고,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칭송하느냐?! ❞

​​

어린왕자는 어이가 없어서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 이 별엔 아저씨 혼자뿐이잖아요!
당연히 1등이죠. 1명 중에 1등! ❞

​​

남자는 진실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징징거렸다.

❝ 그런 건 상관없어! 그냥 날 찬양해 줘!
어서 칭찬의 말을 내놓으란 말이다! ❞

​어린왕자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알겠어요. 아저씨를 찬양할게요.
근데 그게 아저씨한테 대체 무슨 소용이람? ❞

​​

어린왕자는 쿨하게 돌아서서 그 별을 떠났다.
뒤에서 남자가 제발 한 번만 더 박수를 쳐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린왕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른들은 진짜 답이 없네.
자기 자신한테는 관심 없고 남의 눈알에만 목을 매다니.'

⁂ 연서온의 노트 — 타인의 박수로는 끝내 안 채워지는 것

이 장면을 읽다 보면 좀 웃기다가도,
이상하게 금방 웃음기가 사라진다.

​혼자 있는 별에서
누가 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와주면 박수를 쳐달라고 하고,
그 박수가 멈추면 다시 불안해지는 마음.

​사실 저건 아주 먼 이야기 같지가 않다.
우리도 살다 보면
정말 의외의 순간에 타인의 반응을 기다리게 되니까.

​내가 올린 글에 누가 뭐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내 마음을 누가 좀 알아봐 주었으면 싶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누가 한 번쯤 확인해 주면 살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러니까 허영쟁이를 마냥 비웃을 수는 없다.
저 별은 어쩌면
우리 안에도 조금씩 있으니까.

​그런데 어린왕자의 말이 참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아저씨를 찬양할게요.
근데 그게 아저씨한테 대체 무슨 소용이람?”

​처음엔 좀 차갑게 들리는데,
가만히 보면 그 말 안에는 큰 질문이 들어 있다.

​남의 박수를 받아서
정말 내 안이 채워지는 걸까.
칭찬을 들으면 잠깐은 올라가도,
그게 사라지면 또 금방 허전해지는 건 왜일까.

​아마 타인의 반응은
순간의 빛은 될 수 있어도
내 중심 그 자체는 되어주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바깥에서 뭔가를 더 받으려고 하기보다,
조금씩이라도 내 안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가 나를 얼마나 하찮게 깎아보고 있는지.
나는 왜 자꾸 남의 눈에서만
내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지는지.

​그걸 조용히 들여다보는 쪽으로.

​남의 박수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닐 거다.
우리는 어차피 서로의 온기로 살아가기도 하니까.
다만 그 박수가
내 존재를 겨우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 되어버리면,
그때부터는 너무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오늘 이 장을 읽으며
나도 내 머리 위에 얹힌 보이지 않는 모자를 한번 만져본다.
괜히 더 크게 보이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누군가의 반응 하나에
내 하루가 지나치게 흔들린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조금씩 배워간다.

​내 가치는
누가 박수를 쳐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내가 먼저 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아주 천천히라도
그쪽으로 걸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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