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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제12장 : 숫자에 갇혀 별의 숨결을 잃어버린 어른

[제12장]

어린왕자가 네 번째로 도착한 별에는
세상에서 제일 바빠 보이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린왕자가 가까이 와도 고개 한 번 들지 않았다.
종이에 코를 박은 채,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

❝ 셋 더하기 둘은 다섯.
다섯 더하기 일곱은 열둘.
열둘에 삼천만을 더하면..
아, 휴.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

​어린왕자는 한참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

❝오억 개가 넘는 그게 다 뭔데요?❞

​남자는 그제야 아주 귀찮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저기 반짝이는 것들. 별 말이다.
나는 저 별들을 소유하고 있어.❞

​​

❝별을 가져서 뭐 하는데요?❞

​​

❝부자가 되지.❞

​​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새로운 별이 발견되면 그것도 가질 수 있지.❞

어린왕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 아저씨의 생각은,
아까 만난 술주정뱅이 아저씨의 생각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아주 바쁜 척하는데,
이상하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럼 아저씨는 별을 어떻게 소유해요?
별을 따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잖아요.❞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개수를 세어 종이에 적고,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잠그지.
내가 가장 먼저 생각했으니 다 내 거야.❞

​그는 그 말을 몹시 훌륭한 발명처럼 말했다.

​어린왕자는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 남자가 조금도 부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짝이는 별들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조그만 서랍 하나에 자기 자신을 넣고 잠가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꽃을 한 송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매일 물을 줘요.
화산도 세 개가 있어서,
매일 그을음을 치워 주고요.
내가 그것들을 가진다는 건
내 꽃과 화산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잖아요.❞

​남자는 입을 벌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기가 가진 것이 정말 자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숫자일 뿐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등을 돌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어른들은 참 이상해.
가질 수 없는 걸 가졌다고 믿느라,
정작 눈앞의 빛은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네.❞


⁂ 연서온의 노트 — 숫자를 쥐느라 별을 놓치는 사람들

어릴 때는
종이에 숫자를 적어 넣고 서랍을 잠그며
“이건 내 거야” 하고 우기는 저 아저씨가
참 우스워 보였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보니,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그 아저씨의 얼굴로 살아간다.

​통장에 적힌 숫자.
집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
좋아요 수, 조회수, 구독자 수.
체중계 위의 숫자.

​우리는 자꾸 숫자가 커지면
내 삶도 더 커질 거라고 믿는다.
더 단단해지고, 더 안전해지고,
조금은 덜 불안해질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상하지.

​숫자는 늘었는데 마음은 더 가난해지고,
쌓아 둔 건 많은데 숨 쉴 틈은 점점 줄어들고,
사람들 속에 있는데도
정작 누구와도 깊이 닿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별을 서랍에 넣은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숫자의 서랍 속에 넣고
안심하는 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진짜로 가진다는 건
무언가를 내 통제 아래 두는 게 아니다.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물을 주고
화산을 돌보았던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과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들이고,
조용히 책임지는 것.

​서로에게 유익해지는 관계.
그게 이 우주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진짜에 가까운 소유일지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숫자 앞에서 산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숫자를 세느라
너무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면,
오늘 밤 아주 잠깐이라도 고개를 들어
진짜 하늘을 보았으면 좋겠다.

​별은 세는 순간 멀어지지만,
가만히 올려다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 가까이 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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