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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제6장: 우울할 땐 의자를 끌어라 (feat. 44번의 집착)

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 제6장: 우울할 땐 의자를 끌어라 (feat. 44번의 집착)

(부제: 프로 우울러들을 위한 의자 끄는 법)

[제6장]

어린왕자야,
이제야 네가 어떤 놈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너, 생각보다 인생 참 [고구마]처럼 살았구나.

​네 쥐꼬리만 한 별에서의 유일한 낙이 뭐였다고?
넷플릭스도 아니고, 유튜브 쇼츠도 아니고,
그저 멍하니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거였다니.

​이 짠내 나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된 건,
네가 뜬금없이 던진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저씨, 난 해질녘이 너무 좋아. 우리 해 지는 거 보러 가자."

​​

나는 비행기 수리하다 말고 몽키스패너를 던질 뻔했다.

"야, 이 꼬맹아. 해 지는 걸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게 아냐. 기다려야지."

그러자 녀석이 나를 <문명 혜택 못 받은 원시인> 보듯 쳐다봤다.

​​

"무슨 소리야? 기다리긴 왜 기다려?"

아, 맞다.
이 녀석 별은 [초소형 원룸] 사이즈였지.

지구에선 해가 지려면 지구가 한 바퀴 돌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네 별에선 그냥 의자만 뒤로 쓱 당기면 끝이잖아.

​너는 의자를 몇 발자국 뒤로 물리기만 하면,
방금 졌던 해가 다시 뉘엿뉘엿 지는 걸 [무한 리필]로 감상할 수 있었던 거다.

프랑스에서 해가 질 때 미국은 한낮인 것처럼,
너는 [시공간의 지배자]처럼 해넘이를 조종했던 거지.

​그런데... 여기서 소름 돋는 포인트가 하나 나온다.

어린왕자가 아주 담담하게,
마치 [나 오늘 밥 두 그릇 먹었어] 하듯이 말했다.

​​

"어느 날은, 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봤어."

...뭐라고? 마흔네 번? 야, 너 의자 끄느라 팔근육 생겼겠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잠시 후 녀석이 덧붙인 말이 내 가슴을 푹 찔렀다.

"있잖아 아저씨... 사람은 너무 슬플 때 해 지는 걸 보고 싶어 해."

나는 멍해졌다.

"그럼... 마흔네 번이나 본 날은... 대체 얼마나 슬펐던 거냐?"

어린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사막의 바람 소리만 휑하니 불었을 뿐.

[연서온의 똘끼 가득한 해석] 우울증약 대신 <의자>를 처방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슬플 때 해 지는 거 본다.
근데 마흔네 번은 좀... [광기] 아니냐?
이건 슬픔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슬픔이랑 끝장 토론을 한 거다.

​생각해 봐. 해 한 번 지는 거 보고
"아, 슬퍼..." 하고 눈물 닦고,
다시 의자 끌고 가서 또 보고 "크흡... 또 지네..." 하고,
이걸 44번 반복했다는 거야.

​근데 이 [집요함]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우리는 슬플 때 자꾸 "빨리 벗어나야지", "밝아져야지" 하고
억지로 감정을 끊어내려고 하잖아?
마치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근데 어린왕자는 반대다.

"슬퍼? 그럼 질릴 때까지 슬퍼해 주지, 뭐."

녀석은 슬픔이 도망가지 못하게 의자를 끌고 쫓아다니며,
그 감정의 바닥까지 [끝장]을 본 거다.

마흔세 번, 마흔네 번... 그렇게 지독하게 노을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속 슬픔도 해와 함께 꼴딱 넘어갔겠지.
그러니까 친구들아. 오늘 혹시 [개우울]한 날이냐?
억지로 웃으려 하지 마라. 그게 더 병 된다.

​차라리 어린왕자처럼 해라.
마음속 의자를 뒤로 질질 끌고 가서,
그 우울함의 멱살을 잡고 끝까지 쳐다봐 줘라.

"야, 너 아직도 안 졌냐? 나 44번까지 볼 수 있다. 덤벼."

그렇게 지독하게 마주 보고 나면, 어느새 네 마음에도 [별]이 뜰 테니까.
(추신: 근데 의자 너무 많이 끌면 층간소음으로 신고당하니까 조심해라. 🤣)


⁂연서온의 변명(?) 노트

[슬픔은 <처리>하는 게 아니라 <소화>하는 것이다.]

어린왕자가 44번이나 해를 본 건,
그만큼 소화불량에 걸린 슬픔이 컸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너무 빨리 괜찮아지려고 한다.
체했는데 억지로 밥 먹으면 탈 나잖아.

​오늘 내 마음이 좀 얹힌 것 같다면,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아닐까..
44번까진 아니더라도,
해가 다 넘어갈 때까진 나와 마주 앉는 시간..

"괜찮아, 천천히 져도 돼. 내일 해는 또 뜨니까."

내가 내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다정한 친절.
멍하니 창밖을 보며 좀 가라앉아 있어도 되는 시간.
울고 싶어져서 울면.. 더 좋고.........

"44번 다 봤다. 이제 좀 후련하네. (슬픔 소화 완료!)역시 해질녘은 의자에 앉아서 봐야 제맛이지. (광기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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