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제7장: T형 조종사와 F형 왕자의 사막 대환장 파티 (feat. 가시의 쓸모)
[연서온의 사전 안내문]
어서 오십셔~😁
제가 새로 쓰는 어린왕자는
기존의 몽글몽글 감성 말랑 버전보다는
저의 똘끼와 개그감이 조금 많이 들어간 버전입니다.
그래서
인생이 조금 버거운 날,
괜히 마음이 복잡한 날,
피식 웃고 싶으신 분들 환영합니다.
어쩌면
조금 웃길지도 모릅니다. ㅋㅋ
[제7장]
내가 사막에 불시착한 지 닷새째 되던 날.
비행기 엔진은 여전히 먹통이었고,
마실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생존의 위기 앞에서 나는 [극한의 T형(이성적)] 모드가 되어,
안 풀리는 볼트와 씨름하며 기름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긴박한 순간,
이 눈치리스 꼬맹이가 또 질문을 던졌다.
이번엔 뜬금없이 [양의 식성]에 대한 거였다.
❝ 아저씨,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면, 꽃도 먹어?❞
❝ 어, 양은 닥치는 대로 다 먹어.❞
(볼트 돌리느라 빡침 1스택)
❝가시가 있는 꽃도 먹어?❞
❝어! 가시 있는 것도 다 먹는다고!❞
(볼트 안 풀림, 빡침 2스택)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집요함은 44번의 일몰을 견딘 놈다웠다.
❝그럼... 가시는 대체 무슨 소용이야?❞
아, 나 진짜 미치겠네.
나는 지금 [생사가 달린] 볼트를 풀고 있다고!
망치로 비행기를 깡깡 두드리며 내가 홧김에 내뱉었다.
❝가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꽃들이 그냥 성질이 더러워서 달아놓은 거라고!❞
사막에 정적이 흘렀다.
망치질을 멈추고 돌아보니,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팩트 폭행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짓말! 꽃들은 약해! 순진하다고!
자기들이 가진 가시를 보면서 그게 엄청 무서운 무기인 줄 알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뿐이야!❞
나는 손에 묻은 기름을 닦으며 짜증을 냈다.
❝야! 나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시 따위 알 게 뭐야!❞
그 순간, 녀석의 눈에서 폭포수가 터졌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었고,
양들은 그 꽃을 먹었어! 그게 왜 중요한 일이 아니야?!
내 별에 있는 단 하나뿐인 내 꽃을...
어느 날 아침 양이 무심코 꿀꺽 삼켜버릴지도 모른다는데,
그게 안 중요해?!❞
녀석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일제히 빛을 잃는 것 같았다.]
아... 망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몽키스패너와 망치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비행기 엔진? 목마름? 죽음? 다 필요 없었다.
우주에서 제일 슬프게 우는 이 꼬맹이를 달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나는 기름 묻은 손으로 녀석을 와락 끌어안았다.
❝미, 미안해! 내가 양한테 입마개 그려줄게!
네 꽃에 울타리도 쳐줄게! 울지 마, 제발!❞
나는 완전히 패배했다.

[연서온의 똘끼 가득한 해석]
어른들의 <중요한 일>이라는 병
이 챕터는 사실 [어른들의 허세]를 낱낱이 까발리는 현장이다.
조종사 아저씨는 비행기 고치는 게
생사가 달린 <중요한 일>이라고 믿었다.
맞다.
3차원 현실(지구)에선 목숨줄이 제일 중요하니까.
근데 어린왕자의 시선에선?
"사랑하는 존재가 오늘 당장 뜯어 먹힐지도 모르는데,
그깟 쇳덩어리(비행기) 고치는 게 대수냐?" 이거다.
우리는 매일 출근하고, 돈을 벌고, 대출 이자를 갚으면서
[나 지금 진짜 중요한 일 하느라 바빠!]라고 소리친다.
정작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장미꽃(사람, 꿈, 감정)이
스트레스라는 양한테 뜯어 먹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조종사 아저씨가 짜증 내다가
꼬맹이 눈물 한 방에 멘탈 털려서 "내가 입마개 그려줄게 엉엉" 하고
태세 전환하는 걸 보라.
결국 이 매트릭스에서 제일 무서운 건,
논리나 생존이 아니라 [누군가의 순수한 슬픔]이다.
그거 한 방이면 어른들의 그 잘난 <중요한 일>들은
다 스패너와 함께 모래밭에 처박히는 거다.
⁂연서온의 노트 — 가시는, 사실 떨고 있는 마음이다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린왕자가 말했듯이,
꽃은 강해서 가시를 만든 게 아니다.
너무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나를 지킬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만든 작은 용기다.
살다 보면 유난히 말이 날카로운 사람을 만난다.
괜히 툭 쏘고, 먼저 선을 긋고,
다가오기도 전에 가시부터 세우는 사람들.
예전엔 나도 그걸 공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그건 대부분
누군가를 밀어내려는 마음이 아니라,
버려질까 봐 먼저 떨고 있는 마음이라는 걸.
우리도 그렇다.
괜찮은 척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조용히 가시를 세운 채 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오늘,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조금 아팠다면
<왜 저래>라고 단정하기 전에
잠깐 이렇게 생각해봐도 좋겠다.
아,
저 사람도 자기 장미를 잃을까 봐 무서웠구나.
그리고 혹시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가시를 세웠다면...
그건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별에서
소중한 장미 하나를 돌보고 있는 중이니까.
비행기를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멈춰서
내 장미가 아직 괜찮은지 바라보는 일.
어쩌면 그게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Member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