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min read

우주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어린왕자>제7장: T형 조종사와 F형 왕자의 사막 대환장 파티 (feat. 가시의 쓸모)

[연서온의 사전 안내문]

어서 오십셔~😁
제가 새로 쓰는 어린왕자는
기존의 몽글몽글 감성 말랑 버전보다는
저의 똘끼와 개그감이 조금 많이 들어간 버전입니다.

​그래서
인생이 조금 버거운 날,
괜히 마음이 복잡한 날,
피식 웃고 싶으신 분들 환영합니다.

어쩌면
조금 웃길지도 모릅니다. ㅋㅋ


[제7장]

내가 사막에 불시착한 지 닷새째 되던 날.

비행기 엔진은 여전히 먹통이었고,
마실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생존의 위기 앞에서 나는 [극한의 T형(이성적)] 모드가 되어,
안 풀리는 볼트와 씨름하며 기름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긴박한 순간,
이 눈치리스 꼬맹이가 또 질문을 던졌다.

​이번엔 뜬금없이 [양의 식성]에 대한 거였다.

❝ 아저씨,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면, 꽃도 먹어?❞

❝ 어, 양은 닥치는 대로 다 먹어.❞
(볼트 돌리느라 빡침 1스택)

❝가시가 있는 꽃도 먹어?❞

❝어! 가시 있는 것도 다 먹는다고!❞
(볼트 안 풀림, 빡침 2스택)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집요함은 44번의 일몰을 견딘 놈다웠다.

❝그럼... 가시는 대체 무슨 소용이야?❞

​​

아, 나 진짜 미치겠네.
나는 지금 [생사가 달린] 볼트를 풀고 있다고!
망치로 비행기를 깡깡 두드리며 내가 홧김에 내뱉었다.

❝가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꽃들이 그냥 성질이 더러워서 달아놓은 거라고!❞

​​

사막에 정적이 흘렀다.
망치질을 멈추고 돌아보니,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팩트 폭행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짓말! 꽃들은 약해! 순진하다고!
자기들이 가진 가시를 보면서 그게 엄청 무서운 무기인 줄 알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뿐이야!❞

나는 손에 묻은 기름을 닦으며 짜증을 냈다.

​​

❝야! 나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시 따위 알 게 뭐야!❞

​그 순간, 녀석의 눈에서 폭포수가 터졌다.

​​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었고,
양들은 그 꽃을 먹었어! 그게 왜 중요한 일이 아니야?!
내 별에 있는 단 하나뿐인 내 꽃을...
어느 날 아침 양이 무심코 꿀꺽 삼켜버릴지도 모른다는데,
그게 안 중요해?!❞

녀석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일제히 빛을 잃는 것 같았다.]

​아... 망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몽키스패너와 망치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비행기 엔진? 목마름? 죽음? 다 필요 없었다.
우주에서 제일 슬프게 우는 이 꼬맹이를 달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나는 기름 묻은 손으로 녀석을 와락 끌어안았다.

​​

❝미, 미안해! 내가 양한테 입마개 그려줄게!
네 꽃에 울타리도 쳐줄게! 울지 마, 제발!❞

나는 완전히 패배했다.

[연서온의 똘끼 가득한 해석]

어른들의 <중요한 일>이라는 병

이 챕터는 사실 [어른들의 허세]를 낱낱이 까발리는 현장이다.
조종사 아저씨는 비행기 고치는 게
생사가 달린 <중요한 일>이라고 믿었다.

​맞다.
3차원 현실(지구)에선 목숨줄이 제일 중요하니까.​

근데 어린왕자의 시선에선?
"사랑하는 존재가 오늘 당장 뜯어 먹힐지도 모르는데,
그깟 쇳덩어리(비행기) 고치는 게 대수냐?" 이거다.​

우리는 매일 출근하고, 돈을 벌고, 대출 이자를 갚으면서
[나 지금 진짜 중요한 일 하느라 바빠!]라고 소리친다.

​정작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장미꽃(사람, 꿈, 감정)이
스트레스라는 양한테 뜯어 먹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조종사 아저씨가 짜증 내다가
꼬맹이 눈물 한 방에 멘탈 털려서 "내가 입마개 그려줄게 엉엉" 하고
태세 전환하는 걸 보라.

​결국 이 매트릭스에서 제일 무서운 건,
논리나 생존이 아니라 [누군가의 순수한 슬픔]이다.
그거 한 방이면 어른들의 그 잘난 <중요한 일>들은
다 스패너와 함께 모래밭에 처박히는 거다.


⁂연서온의 노트 — 가시는, 사실 떨고 있는 마음이다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린왕자가 말했듯이,
꽃은 강해서 가시를 만든 게 아니다.

​너무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나를 지킬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만든 작은 용기다.

​살다 보면 유난히 말이 날카로운 사람을 만난다.
괜히 툭 쏘고, 먼저 선을 긋고,
다가오기도 전에 가시부터 세우는 사람들.
예전엔 나도 그걸 공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그건 대부분
누군가를 밀어내려는 마음이 아니라,
버려질까 봐 먼저 떨고 있는 마음이라는 걸.

​우리도 그렇다.
괜찮은 척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조용히 가시를 세운 채 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오늘,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조금 아팠다면
<왜 저래>라고 단정하기 전에
잠깐 이렇게 생각해봐도 좋겠다.

​아,
저 사람도 자기 장미를 잃을까 봐 무서웠구나.
그리고 혹시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가시를 세웠다면...
그건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별에서
소중한 장미 하나를 돌보고 있는 중이니까.

​비행기를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멈춰서
내 장미가 아직 괜찮은지 바라보는 일.

​어쩌면 그게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우주 도서관의 빛을 더 환하게 밝히기

당신의 나눔이 우주의 빛을 더 멀리 보내줍니다.

※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앱 내에서만 작동합니다.

“이 빛이 당신의 하루에도 닿길.” — 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