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조용히 다녀가셔도 괜찮습니다
고스트에서는 누가 어떤 글을 읽고 갔는지 제가 알 수 없습니다
가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 글을 읽은 걸 글쓴이가 알 수 있을까?]
[어떤 글을 몇 번 읽었는지도 보이는 걸까?]
[내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는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고스트는
네이버 블로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네이버처럼 누가 방문했는지,
어느 이웃분이 공감을 눌렀는지,
어떤 분이 글을 읽고 갔는지를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고스트는 유료이기는 하지만
가장 낮은 단계의 플랜이라
방문자에 관한 자세한 통계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오늘 이곳에 한 분이 다녀가셨는지
열 분이 다녀가셨는지조차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느 글을 읽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다시 찾아와 같은 글을 읽었는지,
그 어떤 흔적도 제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왔는지를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몇 명이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공간입니다.
그러니 이곳에 들어와
한 편을 읽고 가셔도,
여러 글을 오래 둘러보고 가셔도,
며칠 뒤 다시 찾아와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으셔도,
제가 그 사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구독 버튼을 누르고
직접 이메일을 등록해 가입하지 않는 한
이름이나 이메일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읽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댓글을 남겨야 할 것 같다는 부담도,
구독을 해야만 계속 들어올 수 있다는 부담도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한 글이 있을 때 와서 읽고,
다 읽으셨다면 조용히 돌아가셔도 됩니다.
저는 이곳을
누가 왔는지 확인하는 방보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때에 들어와
자신에게 닿는 글을 발견하는 도서관에 가깝게 생각합니다.
고스트에는 몇 편의 글이
구독자만 읽을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글들이 공개 글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특별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몇몇 글에는 제 개인적인 삶과 관계,
오래된 기억과 깊은 기록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습니다.
아주 열린 공간에 계속 두기보다는
이곳을 한 번 더 찾아와
직접 문을 열어주신 분들과 나누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독자 글로 남겨두었습니다.
공개 글과 구독자 글 사이에
큰 내용의 차이나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개 글에도 제가 전하고 싶은 세계는 충분히 들어 있고,
구독자 글은 그 세계 안쪽에 있는
조금 더 개인적인 기록에 가깝습니다.
구독은 이곳에 왔다는 신고가 아닙니다.
새로운 글을 받아보거나,
조금 더 안쪽의 기록을 읽고 싶은 분이
자신의 선택으로 여는 문입니다.
그러니 편하게 오십시오.
한 편만 읽고 가셔도 좋고,
한참 머물다 가셔도 좋고,
아무 흔적 없이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저는 누가 왔는지도,
몇 분이 다녀가셨는지도 알 수 없지만,
어딘가에 필요한 사람이 와서
필요한 글을 만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주는 오늘도 당신 곁에 있습니다.
△ 연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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