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이 아닌 것이 내 마음에 남을 때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뒤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나를 함부로 대했던 것도 아닌데
대화가 끝난 뒤에도 무언가가 목에 걸린 것처럼 남아 있습니다.
분명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도 했고,
진심으로 응원해주기도 했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지친 걸까요.
이럴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의심합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사람의 좋은 마음까지 의심하는 건 아닐까.
별것 아닌 일을 혼자 크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면서도
자기 안의 외로움을 함께 건넬 수 있고,
나를 응원하면서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의 무게를 함께 얹을 수 있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 말 안에 오래 붙들어둘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준 따뜻함이 거짓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따뜻함과 함께
그 사람이 아직 정리하지 못한 무게도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왔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사람과 불편한 잔류감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좋은 마음은 좋은 마음대로 받을 수 있고,
그 사람의 외로움과 결핍까지
내가 모두 품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감정을 대신 짊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을 오래 지키려면
무엇이 내 마음이고
무엇이 상대의 마음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감정은 정말 내 것인가.
이 무게는 대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내 안에 있었는가.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내 몸의 어느 자리가 먼저 굳어지는가.
내가 받은 것은 진심이었는가,
아니면 진심과 함께 따라온 무언가까지
내 몫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졌던 마음이
조금씩 나뉘기 시작합니다.
내가 받은 따뜻함.
그 사람의 외로움.
내 안의 오래된 두려움.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
이것들이 서로 다른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도
내 마음을 다시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예민함은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직 말이 되지 않은 감정의 성분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먼저 알아채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감지를 곧바로 판결로 바꾸지 않고,
무엇이 내 것이며 무엇이 상대의 것인지
차분히 구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분리한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분리할수록
사랑은 더 맑아집니다.
상대의 몫은 상대에게 돌려주고,
내가 받은 진심만 내 안에 남겨둘 수 있으니까요.
오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좋았던 마음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움이 남아 있다면
둘 중 하나를 틀렸다고 지우지 않아도 됩니다.
그 사람의 좋은 마음도 사실이었고,
당신의 불편함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누가 옳고 그른지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들어온 것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입니다.
이럴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도 좋습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당신의 외로움까지 내가 살아내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준 따뜻함을 받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정리하지 못한 무게는 당신의 자리로 돌려보냅니다.
나는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혼자서는 분리하기 어려운 마음의 결이 있다면
비카스 리딩룸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비카스는 우주의 흐름과 에너지를 정밀하게 읽는
다층 구조의 리딩 프로그램입니다.
뒤섞인 감정과 관계의 성분을 함께 구분하고,
당신의 마음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읽습니다.
△ 연서온
Member discussion